SAAB 900 구입 일상

이번에 96년식 사브900을 샀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전처와 일산에 살고 있고, 직장은 창원이어서
일산과 창원에 각각 차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는데요.

얼마전 창원에서 사용하던 누비라의 타이밍벨트가 끊어져서 폐차하게 되었습니다.

일산에 있던 차도 2002년식 사브 9-5였어요.

왜 또 사브를 샀을까?

사브 동호회 같은데를 보면 "왜 당신은 사브를 선택했는가?" 라는 주제가 간혹 나오는데
사람들은 주로 퍼포먼스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하지만 이번에 제가 산 사브900의 경우 평범한 2.0리터 엔진에 논터보인지라
그리 대단한 퍼포먼스도 없습니다.

대시보드도 참 평범하고

그 옛날 차에 소형급임에도 뒷좌석 송풍구가 있는 점은 참 고맙습니다.

유럽차답게 활용성 좋은 해치백이긴 하지만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돈 들여 더 좋고 덜 오래된 차를 얼마든지 살 수 있었는데, 난 왜 이차를 선택했을까? 
  * 이번 사브900 구매가 750만원. 조금 비싼거 같은데 굉장히 잘 수리된 차입니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자동차 수리/판매 업체인데 고객으로부터 신뢰가 매우 높아요.


첫 번째 이유는 아이덴티티인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기차와 벤츠, BMW가 꽉 잡고 있죠.
제가 지금 일하는 회사의 팀장님은 잇템이 마세라티인데,
그 이유는 벤츠, BMW는 길거리에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마세라티를 살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왠만한 BMW는 과거 쏘나타 같은 느낌이에요...

그에 비해 사브는 정말 드문 차이지요.
아마 국내 댓수가 페라리, 포르쉐보다 적을지도 모릅니다.

이게 은근히 만족도에 기여하는데요.
제가 지난 1년간 사브 9-5를 몰아본 결과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신차로 생각하진 않지만, 저는 같은 차가 별로 없다는 게 참 만에 들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제가 딱 이 시절 차나 오토바이에 향수가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77년생 96학번이고, 94~98년에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었고 당시 매일같이 야간자율학습을 했었는데
당시 친구들과 자동차, 오토바이, 프라모델 같은 잡지를 많이 돌려 봤었습니다.
그 때 잡지에서 자주 봤던 국산차들은 레간자, 크레도스, 소나타 등이 있었고, 외제차로는 사브 900/9000, BMW 3시리즈(E36), 5시리즈(E39) 등이 화제의 대상이었습니다.

당시에 시골 고등학생이 보기에 외제차는 선망의 대상이긴 했지만 너무나 먼, 소유가 불가능한 것들이었는데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가질 수 있다는 건 마치 어렸을 때 헤어진 첫 사랑을 되찾는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세번째는 사브가 망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미 망했다는 그 자체가 희소성 측면에서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일단 사브는 차를 많이 못 팔아서 망했는데요...

차가 많이 안 팔린 이유는 브랜드 인지도에 비해 너무 비싸서입니다.
제가 일산에 보유하고 있는 SAAB 9-5 Arc 2.3 리터 모델은 2002년 당시 판매가가 6천6백만원 정도입니다.

벤츠나 BMW같은 프리미엄을 가졌다고 보기 어려운데 그런 가격이나 많은 양이 팔리기 어려웠을 겁니다.
왜 그렇게 비쌌을까? 사브 관련 글들을 보면 힌트가 보입니다.
   IT동아 기사                https://it.donga.com/27896/
   90년생의 Tribute to SAAB https://brunch.co.kr/@onejunekang/1

고지식할 정도로 안전을 최우선하고 원가절감과 타협하지 않는 보수적인 엔지니어들, 그리고 그들을 끝까지 지원하는 경영층.

결국 회사는 이리저리 팔리다 망해 완전히 사라졌지만
그런 사브의 스토리는 세계 사브 오너들에게 아직도 사브를 사랑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렇게 사브 2대의 오너가 되었답니다.

덧글

  • Jshin 2019/09/11 12:45 # 삭제 답글

    카메라 기변은 안하시나요 호 풀프로
  • 설거지 2019/09/12 06:10 #

    nx로 만족합니다
  • muhyang 2019/09/12 01:08 # 답글

    현역일 때 제 드림카였던 차로군요. 저도 왠지 특별히 고급도, 고성능도 아니었던 차인데 끌렸습니다.
    지금 제 차와 같은 건 해치백이라는 정도... (그나마 패스트백도 아니고)
  • 설거지 2019/09/12 06:12 #

    어제 가져왔는데 확실히 9-5가 좋네요 ㅎ
  • evil 2019/09/20 13:50 # 삭제 답글

    블로그 작성일을 확인했습니다 ㅎㅎㅎ
    사브900은 대학생 시절 알바할 때 사장님 차였어요 멋지네요
댓글 입력 영역